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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스토리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 다양한 문화예술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각ARTIST INTERVIEW | 홍영석

등록일 2023-11-09
#사진 #시각예술 #흑백사진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사진을 촬영해서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사실 처음에는 참 어려웠어요. 노인분들이 사

진 촬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시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사진을 촬영하다보니까 할머니와의 유대관계가 깊어졌어요. 할머니도 제 사진기를 받아드리고,

델처럼 자세를 곧혀 세우기도 해요.” 


두 개의 눈이 아닌 한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흑백사진 작가입니다. 작가는 소중한 일상이 무심하게 지나가는 순간을 기록

하며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네 안녕하세요. 어휴 정신이 없네요. 전시장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올지는 몰랐어요울고 가시는 손님이 참 많아요.

 


어휴,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계속 작업하셔야겠어요.

 

, 그래야 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효자라 이렇게 한건 아닙니다. 할머니께서 저한테 잘해 주시고 추억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보았던 거에요.


 

작업 컨셉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두 개의 눈이 아닌 한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흑백사진작가입니다. 백사진은 이분법이 아닌 오히려 흑 과 백 사이의 무한한 색이 공존하는 세상을 담아

냅니다. 사진을 통해 다양한 감성과 무한한 색으로 이루어진 우리들의 삶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저는 일상이 소중하지만 무심하게 지나가는 순간들을 기록하며 그 안

에 담긴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 작품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감정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작가님 사진 작업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사진이 전공은 아니에요. 예술 지원 사업에 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전공자시더라고. 저는 그런데 사진 찍는 게 정말 좋아요. 사실 저는 7살때부터 실명이 되어서 한

눈이 보지 않거든요. 저는 두 눈으로 보는 게 무엇인지 잘 몰라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찍는 사진은 평범한 사진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가까이 찍기도 하고, 틀어진

사진도 많아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에요. 더 넓게 볼 수 도 있고, 더 가까이 볼 수도 있고, 제가 보았던 것을 기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사진을 촬영해서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사실 처음에는 참 어려웠어요. 노인분들이 사

진 촬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시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사진을 촬영하다보니까 할머니와의 유대관계가 깊어졌어요. 할머니도 제 사진기를 받아드리고

델처럼 자세를 곧혀 세우기도 해요. 이제 앞으로의 할머니의 작업은 더욱 적극적으로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한 순간을 더욱 더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작업 사진은 어떤 순간에 집중하셨나요?

 

저의 이번 사진 작업은 먼발치에서 관찰하는 사진이에요. 저희가 있을 때는 행복하잖아요사실상 헤어지는 순간이 오면 할머니는 그때마다 정말 아쉬워하시죠

밥을 또 먹고 가라 하세요저는 그런 짧은 순간보다는 할머니가 혼자 계실 때 무엇을 하나? 그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대부분 멍하게 계시, 누워있고

주무시지 않은데 눈을 감고 누워있는 모습이 많았어요그런 장면은 너무 쓸쓸해 보여서 인화하지는 않았는데 거의 그런 장면이 대부분이었어요.

할머니의 외로운 시간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어요. 노인들은 그래요. 요일 개념이 없어저희가 가는 날이 공휴일인 줄 아세요. 정말 큰 깨달음은 할머니는 

시간이 참 많다. 대단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청년 지원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사실상 명분이 필요했어요. 할머니를 촬영하고 전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저 자신과 가족에게 떳떳한 게 무엇인지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얼른 해야겠다. 이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가족에게 단순히 보여주는 정도였는지, 전시까지 큰 계획을 하고 계셨던 건지요.

 

전시는 아니었어요. 나 자신한테도 의문이었고, 원래는 가족들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정도였어요심사하시는 분들도 왜 저런 애가 왔지, 이렇게 

생각했을 거에요. 가족들한테 보여주는 사진 정도였는데사진을 촬영하다 보니 더 많은 분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할머니 사진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개인적인 작업일 수 있어요. 이렇게 할머니의 개인적인 삶을 공유한다는 것이 주변 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나요?

 

개인적으로 저의 할머니라기보다는 노인분들이 궁금하긴 했었어요. 댁에서 혼자 무엇을 하고 계실까어떻게 지루한 긴 시간을 인내하시는지 궁금한 점이 컸어요

관찰적인 의미가 컸어요.

 


이런 주제에 관심을 전부터 가지고 계셨었는지요.

 

아니요. 사실은 복합적인 것 같아요. 저는 길거리에 버려져 있거나 한자리에 오래 있어 녹슨 것시간의 세월을 느껴지게 하는 것들. 그런 부분에 원래 관심이 많이 가요

저에겐 관찰이 좀 큰 것 같아요.

 


원래는 어떤 업을 하고 계셨나요?

 

윤활유 도소매업에서 일해요. 운전을 참 많이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한림이나 명월 쪽에 가는 일이 있다면 일부로 할머니 댁에 들리긴 해요저는 운전하는 일이 많아서 

길을 가다 보는 것이 많아요. 일부로 길에 세워서 사진을 찍거나, 유턴하는 일이 많아요.

 


그러다가 카메라를 잡으셨네요.

 

카메라를 잡은 지는 2년이 되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시기보다는 관찰에 의의를 두고 촬영하셨던 거죠. 그러다 녹슨 것, 인들을 관찰하다가 이 주제로 확장이 되셨어요.

 

쓸쓸한 게 비슷했어요. 저는 할머니의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할머니에게 갑자기 카메라를 드니, 할머니의 반응은 어땠나요?

 

뭐 찍엄 시?! 무사 찍엄 시?!” 이랬었죠. 초반에는 사실 안 찍는 척도 했던 것 같아지금은 자세도 잡고, 셀카도 찍고. 아직 전시장은 오시지는 못하셨어요

사진이 월간사진에도 실렸었어요이 잡지를 가지고 할머니께 갔어요. 할머니께서 어디서 많이 보던 할망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애교 부리셔요. 할머니는 

배울 점도 많고 참 강해요.

 


맞아요. 할머님들은 강인하세요.

 

할머니는 혼자 있는 시간이 90퍼센트일 꺼예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참 궁금했던 것 같아요요즘은 자극적인 게 참 많잖아요. 그런 것 하루만 없어도 

못 살 것 같은데어떻게 98세가 되는 시간 동안 견디셨는지. 참 존경스러워요. 저희 할머니 뿐만 아니라많은 노인분이 정말 강하세요. 저는 조상님에 대한 

궁금증이 커6.25전쟁이나, 할머니들, 해녀분들, 그런 부분들에 요즘 세대들이 저도 포함) 이 배워야 해요.




 


방금 말씀 주신, 노인들, 해녀분들로 작업을 이어나가실 계획이신가요?

 

, 원래 머릿속에도 몇 가지가 참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많은 분과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깨달음을 많이 얻었어요.

 


제주도에서 예술을 하는 것은?

 

자연환경은 참 좋지만, 교류하는 부분에서 소통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분야는 물론 같은 분야 사람들도 어렵습니다.

 


영감을 얻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길을 걷다가 본 피사체에서 시간의 흐름을 많이 느낄 때 영감을 받아요.

 


청년 예술가로 있는 지금,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노인공경, 그 부분이 요즘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다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이 속상해요. 노인분들이 멍하니

쓸쓸히 앉아 있는 것들을 자주 봐요. 저는 할머니들과 이야기하는 걸 참 좋아하는 편이에요. 시간이 흘러야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지금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단순한

이야기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기다림이나 인내심 이런 것들이요.

 


작가님의 사진에서 머니의 시간의 흐름 같은 이런 것들이요. 작가님의 시선과 색이 잘 보여요. 작업 사진 설명 부탁드려요


저는 멀리서 할머니를 관찰하면서 사진을 시작했어요. 카메라를 부담스러워하실 수도 있는 부분 때문이에요가족들끼리 모여있는 행복한 순간 보다 혼자 계실 

때가 궁금했기 때문에 문틈 사이로 촬영을 한 거예요. 나무 사이로 숨어서 할머니를 지켜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면 할머니는 항상 밖을 바라보고 계시거나 

멍하니 계셨어요. 어딘가 전화가 올까 핸드폰을 항상 가지고 기다리고 계세. 기다림이 가장 큰 사진이었어요.

 



 

단추 사진은, 사실 주변에 먼저 떠나가신 분들이 단추를 보고 떠올랐어요. 할머니가 먼저 떠나가신 분들을 모아 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할머니 혼자 계시지만 수저 통에 수저가 많은 이유는 같이 식사를 하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90살 치매가 오신 삼촌과 할머니가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에요. 일본 오사카에 계시는데요. 오셔서 할머니와 만나서 옛날이야기를 엊그제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대화를 하시는 거예요. 저는 가족에 대한, 조상에 대한 사랑을 참 중요하게 생각해요그 순간 살던 사람들, 이미 없잖아요. 그런 사랑을 우리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해요. 이젠 가족에 대한 개념이 참 부족해요. 명절의 따뜻한 분위기를 참 좋아 했는데 슬픈 것 같아요.




 


할머니의 발이 저는 아기 발같이 느껴졌어요. 말랑말랑하고 촉촉했어요. , 걷지 못 하니까. 집안에 계시는 광경이 좁다는 부분이, 거꾸로 발은 아기 발처럼 변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주름 사진은 세월을 들어내주고 싶었어요. 누가 보아도 노인의 세월이 느껴 질 수 있도록이요. 주름살은 사실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니까요.

 



 


포스터 디자인의 귀 사진이에요. 할머니는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요. 전화 통화는 더 어려워요. 할머니와 의사소통이 어려워져서 귀를 흐릿하고

노이즈를 더 줘서 표현을 했어요.

 

고생하신 손이에요. 누가 보아도.

 


 


 


가장 무거운 사진이에요. 수의 사진이에요. 장롱을 열었는데 수의가 덩그라니 있더라고요. 매듭이 곧 풀어질 것처럼 있는 부분이 더더욱 슬펐던 사진이에요. 누구나 다 입을 

옷이긴 한데, 할머니께서 미리 준비 하셨다는 게 놀라웠어요. 20년 전에 준비하셨다니.




 


이제 무거운 사진에서 사람들이 많이 슬퍼하셔서, 구성을 조금 다르게 했어요할머니의 행복한 순간이에요. 저의 아들 둘과 할머니가 안고 있는 사진이에요

둘 다 헤어질 때 촬영한 사진이에요.




 


밖을 보고 항상 뒤돌아 기다리는 사진이에요. 작은 인기척이었어요. 베란다 틈에서 바라본 할머니를 관찰한 사진이에요. 결론은 기다림과 인내였어요




 

 

어떤 예술가를 지향하세요?

 

굳이 설명 하지 않아도,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진심이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진리에 가까운 시간 이런 부분이요.

 


MBTI는 어떻게 되시나요?

 

바뀌지 않는 ENFP입니다.

 


F가 참 많이 강하신 것 같아요.

 

(웃음) 네 맞습니다.

 


취미생활은 무엇인가요?

 

취미는 사진 밖에 없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사진이에요.

 


과 개인작업의 균형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거의 개인 작업인 것 같아요. 전시할 때 어떤 분들께서 사진을 판매할 생각이 없으시냐고 여쭤보셨어요. 저는 아직 그런 생각은 

없어요. 자연스럽게 가능할 수도 있지만, 찬란하고 아름다운 사진이라기보다는 제 사진은 녹슬고 먼지 쌓여있고저기에 왜 있지

이런 사진을 좋아해서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요?

 

따뜻하게 베풀어 주셨던 할머니였기 때문에, 남은 시간 더욱 할머니의 시간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할머니가 오래 오래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