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스토리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 다양한 문화예술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각ARTIST INTERVIEW | 김수정
"단순히 인종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소재가 필요했어요.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점인데요, 베를린보다는 제주가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의 이점이 참 커요."
김수정은 베를린 출신으로 제주에 매료되어 제주를 오가며 작업을 한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베를 린의 ‘다름 ’은 작가에게 영감의 대상이 된다. 제주의
지형적인 특성을 통해 작가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자연의 빛과 질감 그리고 지형의 역사는 작가가 인식하는 사회적 이슈를 표현하기에 충분 하
다. 김수정은 ‘예술가는 시대를 나타내는 도구’라 이야기한다.
프로젝트
2023 제주 청년 예술육성지원
아티스트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1년에 1~2회 제주를 방문합니다. 주로 생활하는 독일에서의 현상과 제주의 자연에 집중하고 초점을 맞추어 교차
시키는 것을 즐깁니다. 교차하며 나타나는 것들에 고민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제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제주의 환경과 베를린에서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중첩, 교차, 결여되어 나타나는 현상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작업물로 구현하는 일은 제 최근 작업물에 많은 변화를 가
져왔습니다. 개인의 출신과 환경은 작업자가 무엇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자문하게 합니다. 제주의 자연 생태계, 특정 사회에 존재하는 유생물들의 사회 정
치적 상태, 정동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이를 작업으로 실현하고자 합니다.
작업의 장르 및 컨셉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영상 설치를 할 때 시간과 공간, 빛의 노출에 의지를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 서귀포의 비영리 단체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제주의 기후와 공
간이 작업에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제주 청년 예술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장소를 미술의 형태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인공적인
구조물 (시스템)에 기대지 않는 작업물을 구현할 예정입니다. 자연의 빛에 기대는 프로젝트 2점을 실외공간에서 전시하고, 쇼윈도 갤러리 에갈레테라는
공간에서 영상 설치 1점 , 총3점을 계획 중입니다. 작품이 맞닿아 놓이게 될 장소의 역사적 개념을 고려하면서 장소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곳들을 고려
하고 있습니다.
작품 (영상)타이틀을 <삼면화 :내장 ,관 ,응과 >라고 하셨는데, 그 안에 제주 장소를 선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영상에 만장굴, 김녕미로공원, 곶자왈을 담았어요. 이 3곳은 저에게 ‘관’이라는 형태로 인식이 되었어요. 자연이 순환되는 모습과 신체의 모습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베를린은 다양한 인종들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어요. 인종들의 차이점과 다른 점을(피부,말투) 생각하면서 표면상으로 보이는 것과 빛이 없
을 때 표면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생각했는데 이게 작업의 시작이었어요. 김녕미로공원은 한국에서 백인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그래서 호
기심이 생어요. 예를 들어 백인 (현지인)이 흑인을 보고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고 가정할 때, 저는 이런 질문은 백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이
런 생각들을김녕미로공 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표현해요.
작가님이 마주하는 사회적인 생각들을 자연에서 비유하거나 표현하시네요.
비유라고 할 수 있고, 자연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생각의 추출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김녕 미로 공원이 ‘관 ’이라고 생각해요. 백인이 만든 공간을 우리가 걸
으면서 보는 빛과 빛이 없을 때 생겨나는 감각들을 담고 싶어요. 만장굴에서는 용암이 흐르다 멈추는 일련의 시간을 통해 일어나는 일들, 곶자왈은 비가 오
면 땅 속으로 빗물이 스며들고 다시 모아져 수자원으로 나타나는, 즉, 하나의 순환이라는 ‘관’이라는 차원으로 인식했습니다. 이 세 장소가 하나의 화면으로
나타납니다.
사회적인 인식을 자연의 빛과 질감 역사 등 모든 것을 투영하여 표현하시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제주도, 그리고 베를린에서도 자연 지형을 소재로 작업을 하시는 건가요?
자연 지형은 이 전시가 처음입니다. 작년에는 대만의 한 작가가 쓴 소설책에서 읽었던 대만의 기후를 제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것을 발췌 해서 영상 작업을 한 적은 있습니다. 작업의 현재와 미래 방향성이 어떻게 되나요? 올해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주에서 작업의 실현 과정
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지속성을 만들려고 합니다. 저는 2019 년부터 한국에 올 때마다 제주의 공동체와 그
안의 사람들을 통해 여러 영역을 알아가는 기쁨이 컸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베를린에서는 리서치를 통해 확장하고, 제주에서 머물면서 제
주의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연구하는 주제가 조금 더 다양하고 풍부해지기를 원합니다. 사람과 얻는 시너지를 기대하면서 제가 하는 작업들이 전시, 책
자 발간 등 기록의 형태를 통해 가시화 할 예정입니다.
청년 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청년작가에게 예산을 주고, 자유롭게 공간과 기간을 정하고 작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쇼윈도 갤러리 egalite라는 전시
공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제주의 장소들 (곶자왈 습지 , 굴 등)을 작업을 통해 알릴 수 있어 기쁩니다.
제주의 장소들이 작가님의 작업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단순히 인종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소재가 필요했어요.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점인데요, 베를린보다는 제주가 표현
할 수 있는 공간의 이점이 커요. 특히 해녀와 같은 제주의 여성 문화는 외국에서 신기해 합니다. 더욱 연구하고 싶어요.
제주도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아직 제주에서 상주하며 작업을 하는 것이 상상하기 힘듭니다 .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처럼 제주와 타 지역을 번갈아 가며 교차시키고 이동할 수 있어
가능했던 결과물과 거리, 틈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흥미롭습니다.
영감을 얻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타자와 대립에서 다름을 발견하는 순간들인데요. ‘쟤는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 ‘쟤 생각은 나와 달라 ’라고 말하는 지점이에요. 그리고 개인과 단체 그리
고 국가와 인종 등 우리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은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후에 역사로 쌓입니다. 저는 충돌과 화, 다툼, 조화, 대립을 통
해 다름을 인식합니다.
작가님은 '다름'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것을 인지하고 간접적으로 다른 것을 통해서
(빛, 세월의 흐름을 오감으로 파악해서)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잘 정리해 주셨어요.
작업 매체의 방향성은 계속 영상이 되나요?
최근에는 음향, 음악이라는 장르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기록되어온 역사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
고 기록하며 장르를 만듭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지정학적 측면에서 힘, 권력, 자본주의가 장르가 되고 익숙해지고 길들여지면서 만들어 지는데 음악
을 통해 알아가고 있습니다. 서양의 힘과 부와 권력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이 많아요. 하지만 아프리카 음악, 제 3 세계 음악같이 좋은 음악들이 알려지
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예술가를 지향하나요?
음악과 미술 그리고 글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이 속한 시대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표현해 낼 때 우리 자아의 존재를 다시 생
각할 수 있게 합니다. 예술가들은 시대를 나타내주는 도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도구가 되고 싶습니다.
일과 개인 작업의 균형이 어떻게 되나요 ?
결국에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작가의 Identify 와 일치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주의 젊은 작가가 전시와 작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여행객처럼 스쳐 지나가는 젊은 사람들은 많지만 미술관 혹은 갤러
리 등에서 젊은 작가들을 불러들이는 경우는 적습니다. 전시 공간이 단지 재정적인 장소로만 제공되기보다는 공간의 테마가 더욱 다양해지면 좋겠습
니다.
현재 제주 예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주에서 보이는 미술이라는 개념이 ‘치유 ’라는 개념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제주로 이주를 한 사람으로서 ‘이것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것이 가능한가?’등 질문이 많이 생깁니다. 제주의 역사가 있으니 ‘치유’의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술의 장르
로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조금 다양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