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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스토리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 다양한 문화예술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각ARTIST INTERVIEW | 김지훈

등록일 2023-12-14
#시각 #페인팅 #돌담



제 작업은 삶의 의미, 사회 속 나의 가치를 찾기 위해 제 주변을 관찰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요제주에서 나고 자라 흔히 보고 자랐던 돌담, 식물 등을 단순한

형태와 색으로 재구성합니다. 나를 찾기 위해 자연을 다시 상상하고본질을 향해 변형해 나가는 자연을 관찰해요. 사회 구성원이 되어가며 느끼는 설렘과 현실

에 대한 불안감 등 복잡하고 다양한 일상을 자연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관계지어 사는 삶을 고민하며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다는 김지훈. 그는 자연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이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자연에 빗대어

표현한다사회 속 나의 가치를 찾기 위해 자연을 상상하고 관찰하는 작가의 모습에서는 삶에 대한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는데돌담과 오름 등 제주의 자연을

단순화하여 그 안에 자신을 투영하는 작가 김지훈의 세계를 소개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관계지어 사는 삶을 고민하며 작업하는 김지훈입니다.


5월에 마무리되긴 했지만(웃음), 작가님의 첫 개인전 색채의 온도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돌담을 주제로 한 추상화 작업이었는데요. 제가 제주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까 주변에서 자주 보였던 게 돌담이었어요. 저는 돌담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돌담을 보면서 드로잉할 때 온도나 상황, 분위기 등 제 감정들을 색채로 녹여내고자 했어요.


돌담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연상하다니, 특이한 것 같아요. 혹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우연한 계기로 돌담 쌓는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쌓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 순간 돌담을 쌓는 일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짓는 일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 같아요.


하고 계시는 작업의 장르와 컨셉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제 작업은 삶의 의미, 사회 속 나의 가치를 찾기 위해 제 주변을 관찰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요. 제주에서 나고 자라 흔히 보고 자랐던 돌담식물 등을 단순한

태와 색으로 재구성합니다. 나를 찾기 위해 자연을 다시 상상하고, 본질을 향해 변형해 나가는 자연을 관찰해요사회 구성원이 되어가며 느끼는 설렘과 현실

에 대한 불안감 등 복잡하고 다양한 일상을 자연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일상을 자연에 빗대어 표현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작품 속에서 작가님이 의도하셨던 형태나 감정들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작품 속에서 크게 보이는 거대한 형태들은 돌담이고요. 그중에 완전한 동그라미 형태의 가 있어요. ‘는 제가 지지난 작업 때부터 집착하던 건데이번

작업에는 가 작가 자신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림을 다 그려놓고 균형이 조금 깨진 부분에 일부러 를 집어넣었어요화면상의 구도를 작가가

직접 여해서 맞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외에 기다란 막대기나 표정 같은 형태들은 돌담과 돌담 사이즉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

는 상황이나 사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치 나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 자연을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자연과 에게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자연도 식물 혼자서는 자연이라고 안 하잖아요. 어쨌든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식물들이 다 같이 엉키고 자라는 것처럼 저도 그냥 사회 속에 한 사람일 뿐이지

만 그 사회 속에 다양한 사람들과 제가 의도치 않게 엉키기도 하고, 제 의도로 엉키기도 하는 게 자연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그래서 자연에 내가 살아가

는 방에 대한 답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자연처럼 살아가면 별 탈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자연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까 본인의 작업에 대한 소개에서 본질을 향해 변형해 나가는 자연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이 말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요혹시 풀어서 설명해주실 수

나요?


자연은 서로 엉키면서 자라잖아요. 그래서 자연이 너무 많이 자라다 보면 결국엔 평평한 흙이나 평평한 모양의 것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자연이 조금씩만 자랐을 때는 개개의 모양이 두드러지지만, 색깔들이 많이 섞이면 결국 검정이 되는 것처럼 자연도 많이 자라면 결국엔 태초의 모습

으로 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표현을 했던 것 같아요.


제주의 자연을 캔버스에 단순한 색과 형태로 표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색감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이번 작업뿐 아니라 전에도 즐겨 했었는데요, 자연을 다루고 싶었는데 색감으로 표현하기에는 제 작품에 형태 중심적인 게

라고요그래서 형태를 죽이고 내가 좋아하는 색감으로 자연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에 형태를 최대한 단순화하게 되었어요그렇게 (형태를) 빼다 보니까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작품을 봐도 연못이라고 하셨던 분들도 있고, ‘구름이라고 하셨던 분들도 있고나뭇가지를 보고 토끼라고 하셨던 분들도 있었을

만큼 다양한 반응이 나오니까 오히려 저에게는 좋은 영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같은 작품을 보고도 이렇게나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작가님께서는 본격적인 드로잉 작업을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입시 때부터 하면 중학교 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는 드로잉이라기 보다는 형태가 있는 화려한 걸 좋아했고요. 대학교 다닐 때는 의미를 찾는 걸

해서 퍼포먼스나 영상작업을 주로 했었는데 대학교 후에는 그런 것들이 다 무의미하다고 느껴졌어요. '내가 열심히 한다고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이

될까?', '오히려 그 사람들의 생각을 뽑아내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형태를 더 단순화하게 됐어요.


작가님의 작업 방식이 궁금해요. 주로 사용하는 재료들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리고 있어요. 그 위에 발색이 부족한 것들은 유화를 이용해 발색을 조금 더 끌어내고 있습니다.


드로잉 작업을 하실 때 고수하는 나만의 원칙이 있나요?


저는 드로잉을 한 번에 전부 해놓고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데요. 그 이유는 한 번 작업할 때 10개에서 많게는 20개 정도를 작업하는데, 같이 작업하는 것

은 똑같은 분위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 번에 드로잉을 완성해놓고 드로잉적으로 괜찮다 싶으면 캔버스에 옮긴 뒤, 옮겼을

때 별로인 것들은 빼고 다시 괜찮은 것들만 남겨서 채색을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미지나 느낌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특별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건 없고요. 대신 제가 드로잉을 할 때 받았던 감정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 생각을 처음부터 강요하지는

않아요. 대신 관람객들이 전시를 다 관람한 후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저는 이런 감정을 느꼈다라고 이야기하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분들도 있

고 다른 감정을 느끼신 분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감정은 강요하는 게 아니고 공유하는 거니깐요.





 


작품 제목이 모두 이라는 게 눈에 띄었어요. 이렇게 짓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큰 이유는 없고요. 그때 느꼈던 감정에 대한 단어로 제목을 지어버리면 관객들이 너무 그 감정만 생각할 것 같다는 이유가 가장 컸어요그래서 제 감정으로

부터 비롯되었다는 설명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로 제목을 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작업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이 어떻게 되세요?


드로잉할 당시의 기분, 분위기, 상황을 색감을 통해 표현하는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계획은 아직 없고요. 예상으로는 내년 4월 정도에 2인전 혹은 개인전을 하고 싶다는 꿈만 꾸고 있습니다(웃음).


청년 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우선, 제 첫 번째 개인전이어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지원을 받는다면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마음껏 작업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죠그리고 더 적극적인

홍보로 알려져서 좀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전을 준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큰 150호짜리 캔버스를 작업했는데요. 커도 너무 크더라고요(웃음). 그렇게 큰 사이즈를 한 번도 작업해 본 적

이 없어서 그만큼의 사이즈를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그래서 그 사이즈를 그릴 수 있는 공간을 구해 다녔던 기억이나 캔버스를 옮길 수 있는 차도 없어

서 용달차를 부르기도 했었는데, 어쨌든 그렇게 큰 사이즈를 작업했다는 경험이 저는 좋았던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주도는 태어나서 자라고 생활하고 있는 저의 고향이에요.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만 제 작품의 탄생은 늘 제주에서 시작돼요이처럼

제주는 영감이 넘쳐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바위와 돌, 오름, 이들을 아울러 이룬 자연, 지방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느낌색채가 분명한

다양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제게는 예술적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제주에서 작업하시면서 겪는 고충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공유할 수 있는 작가들의 풀이 한정적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작업을 그리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미술대학을 나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보던 작가

님들만 보게 되는, 풀이 한정되어 있다는 게 제일 단점인 것 같아요.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거.

 

작업의 영감은 언제 얻으시나요?

 

관광도시의 시끄러움 속에서 자신의 색을 내며 버티고 있는 자연을 보며 주로 영감을 받아요.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 오롯이 자연으로 들어갑니다자주,

고 반복적으로. 예술가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에서 벗어나 산다는 것은 호흡을 멈춘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호흡하듯이 제주의 자연 안에서 영감을 

얻고자 늘 애씁니다.

 

영감을 얻기 위해 자주 가는 장소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특별히 가는 장소는 없고요. 오름을 주로 가는데 잘 올라가지는 않고 사람들 안 다니는 곳을 좋아해서 그 근처 샛길을 자주 가요.





 

  

예술가로서의 지향점이 있다면요?

 

을 아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제주의 자연이 제게 활력과 쉼을 주듯이 제 작품이 보는 이들에게 제주의 싱그러운 활력과 돌 틈 사이로 번지는 햇살처럼

쉼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주의 멋임을 알리는 작가로 작품과 더불어 나의 행동과 삶까지 멋스러운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을 아는 예술가라,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사실 멋을 규정할 수는 없는데 멋없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작업과 자기 삶이 다르면 멋이 없더라고요.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들을 많이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최근에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무엇인가요?

 

최근 하는 드로잉을 빗대서 생각하자면 행복한 감정인 것 같아요. 사람들과의 관계도 탄탄하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제일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청년 예술가로 있는 지금,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신만의 필터를 가지고 바라본다면, 제주 속에서도 가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ISTP입니다.

 

취미생활은요?

 

저는 취미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해서 제일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어요.

 




 


그렇다면 평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시는 걸 취미로 볼 수 있겠네요. 사람들과의 소통에서도 작업의 영향이나 영감을 많이 받으시나요?

 

. 충분히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날 혹은 그달에 제 감정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기 때문에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고 계시는군요.

 

. 그래서 돌담을 작업하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돌담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짓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일과 개인 작업의 균형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보니까 일과 개인 작업이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 것 같아요. 저는 평소 일을 할 때 여러 가지 레퍼런스들을 수집해놓는데요.

그렇게 수집해놓고 나중에 개인 작업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이 들면 몰아서 작업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일과 개인 작업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동료 작가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인데요. 다들 어디 가시지 말고 제주도에서 열심히 작업하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