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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스토리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 다양한 문화예술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각ARTIST INTERVIEW | 김도원

등록일 2023-12-14
#시각 #도예 #도자기


 

저는 있고 없음, 삶과 죽음, 존재와 그리움에 대한 질문을 늘 간직하며 살아왔어요. 이러한 질문들은 자연스레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졌고그것을 작업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흔적이란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를 말하는

데요. 저는 현상이나 실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흔적이라는 형태로 변모하는 것이라 느꼈어요. 그 흔적을 남기는 주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무형의

태로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고그것들이 남긴 흔적에는 그 기운이 담긴다고 생각해요.”

 

작가 김도원은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도자기에 흔적으로 남긴다. 작품의 완벽함보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도자기를 빚는 과정

서 생겨나는 감정에 집중하는 그에게 도자란 어떤 의미일까? 이번 인터뷰에서 도자기에 삶을 수록(手錄)하는 김도원 작가의 흔적을 쫓아가 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도자공예를 중심으로 예술 작업을 하는 김도원입니다도자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과 감정에 집중하여 작업하고 있습

니다.


작업의 장르와 콘셉트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있고 없음, 삶과 죽음, 존재와 그리움에 대한 질문을 늘 간직하며 살아왔어요. 이러한 질문들은 자연스레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졌고그것을 작업 과정

에서 생기는 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흔적이란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를 하는데요.

저는 현상이나 실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흔적이라는 형태로 변모하는 것이라 느꼈어요. 그 흔적을 남기는 주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무형의 형태로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고, 그것들이 남긴 흔적에는 그 기운이 담긴다고 생각해요.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나의 모든 과거와 순간이 담기는데요. 그 흔적에는

개인이 살아오며 느꼈던 감정, 생활 습관, 마음가짐, 나의 신체적 특징 등이 있어요. 다만 그것을 인간이 체감하지 못할 뿐이죠.


굉장히 철학적이네요. 혹시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오히려 간단히 설명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 작업의 주제들은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어서 오히려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탐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자신이 보려고 해야만 보이는 것들이잖아요그래서 제가 전시회에 영상을 준비

해서 갔던 이유가 흔적이 남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좀 더 쉽게 풀어서 보여드리기 위함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조형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요.

어쨌든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부분이 있어야 사람들이 작품을 궁금해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을 궁금해했을 때 거기에 대한 답변을 저 스스로 준비하고 있

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결국, 작가님이 품고 계신 작업의 철학은 말로서는 쉽게 표현할 수 없고 오히려 보는 사람들이 작품에 궁금증을 가지고 본인 스스로 탐구할 때 작가님이

의도한 부분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그렇죠. 가장 저변에 담긴 의미를 찾자면 사람은 누구나 흔적을 남기잖아요. 그래서 저는 모든 사람에게 누구나 이런 흔적을 남기며 살아갈 수 있다는 

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에게 '흔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힘을 주고 싶었죠.

 

흔적이라는 키워드 안에는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적인 요소도 들어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가끔 도자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만든 형태가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투박한 형태들이 진짜 멋있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그런데 당사자

그걸 모르죠. 저는 기술이 너무 숙달돼 있어서 그런 형태를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들거든요. 그런데 형태를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면서도 그 순간

자신을 의심한다는 게 모순적이면서도 이질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잘한다는 것에 대한 기준과 선을 깨뜨리고 싶었어요. 누구든 할 수 있고 각자의 색을

잘 유지하면서 살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주에서 첫 번째 개인전 <감정의 흔적>을 여셨는데, 개인전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모든 예술가가 작업의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 작업의 순간에 생겨나는 아름다움들이 있는데, 완성되지 않은 모습이긴 하지만 그 순간에만 볼 수 있는 색형태

를 관찰하고 그것들을 전시로 풀어나가는 게 이번 전시에 영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도자기는 손으로 만들다 보니까 제 손에 흔적이 남잖아요그래서 그

흔적 안에 눈에 보이는 것 외에 다른 것도 담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이라니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말씀드렸지만 사람의 습관이나 감정, 혹은 제가 과거에 마주했던 경험들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기운이 담긴다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흔적과 보이지 않는 흔적들이 작품 안에서 하나의 기운으로 발산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이군요.

 

네 맞아요.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작업과 다른 작업 방식을 채택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기존의 방식과는 어떤 차이점들이 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제가 배웠던 완성에 대한 기준을 쫓았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작업이 끝난다.’ ‘반드시 A부터 B, C, D이렇게 거쳐야 과정이 끝난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 작업은 끝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름답다면 멈추자.’ ‘중간 과정에서 멈춰도, 미숙해 보여도 괜찮으니까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마주했다면 멈추자.’

라고 생각한 게 가장 크게 바뀐 점이에요. 그래서 도구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제게 익숙하지 않은 방법들을 채택해서 가장 서툴지만 자연스러운 형태를 만들

려고 했죠.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오히려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신 거네요?

 

맞아요.

 

제주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마친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사실 전에 서울에서 한 번 전시를 진행했던 적이 있어서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이긴 한데요. 이번 전시를 첫 번째라고 생각하고 싶은 이유가 제 고향에서 하는

전시이기도 하고 조금 더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전시이기도 해서 이걸 첫 번째로 하기로 스스로 마음을 먹었어요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전시이다 보니 앞

으로 제가 작가 활동을 하면서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가짐을 담아 전시를 준비했어요. 주제를 감정의 흔적이라고 한 것도 흔적은 누구나 남기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작업하다 지치더라도 그런 흔적들을 발판삼아 다시 일어나보자 하는 의미이기도 해요.

 

전시 주제에 굉장히 뜻깊은 의도가 담겨있네요. 아까 작가 활동을 하면서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작가님에게 잊지 않았

으면 하는 마음가짐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예술가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그런 영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그중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해요. 그래서 저는 작업을 한다는 게, 예술가가 화려한 색을 쓰고 감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자신이 살면서

느꼈던 경험에서 얻은 메시지들을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성실하게 작업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아마도 그런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역시나 굉장히 철학적으로 느껴지는데요. 모든 도자공예가 철학적인 질문에서 시작되는 건지, 아니면 작가님 만의 특별함인

건지가 궁금해요.

 

사물을 바라보는 저만의 관점인 것 같아요. 사물에는 단지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손길, 즉 추억이나 정서가 담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취지로 작업을 하고, 도자라고 하면 기능에 충실해서 작업하는 분도 있고, 조형적인 형태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물질 안에 담긴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도자공예는 언제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20살에 대학교 들어갔을 때부터 시작했고, 중간에 휴학하고 아예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마음을 먹고 학교로 돌아와 작업하게 됐어요.마음먹고 작업한 지는

6~7년 됐죠.

 

중간에 휴학하셨을 때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다시 도자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요?

 

제가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 일을 했어요. 커피는 늘 재미있었지만, 카페라는 공간 안에도 도자기 같은 사물들이 많이 놓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보면서

좀 더 관심을 두게 돼서 다시 돌아가게 된 것 같아요. 학교를 떠나긴 했지만, 항상 도자 분야에 관한 관심은 있었거든요그래서 그런 게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고, 커피 일을 했던 건 제게는 잠깐의 휴식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도자를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는 도자공예란 무엇인가요?

도자는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흔적 중 하나잖아요. 그런 의미도 담겨있고, 도자가 깨졌다고 해서 그 사물이 사라짐을 의미하지 않고깨졌다면 사람들이 처음에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한 추적을 하잖아요. 그래서 파편을 통해 그런 상상력을 일깨워주는 것도 좋고, 시간이 무한대로 이어진 듯한 영속성이 있는 느낌이

저는 좋아요.

 

대중들에게 도자공예가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세요?

 

도자도 그렇지만 모든 예술이 대중에게 편안하게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예술을 하는 사람을 너무 유별나게 생각하지 않고요. 예술은 사람이니까 할 수 있다고

각해요.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사유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지 사람이니까 하는 거라고 여겨주셨으면 해요.




 



작가님의 SNS를 보니 수록(手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계시더라고요. 혹시 활동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말 그대로예요. 손 수()에 기록할 록() 해서 수록(手錄). 저는 만드는 사람으로서 사물에기록을 남기잖아요. 또 제가 만든 사물을 다른 사람들이 받았을 때는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나 추억이 담기니까 손이 닿는 모든 곳에 흔적이 남는다.’ 이런 의미가 있어요.

 

작가님의 작업과 콘셉트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유독 흔적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혹시 흔적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

신가요?

 

물레는 손으로 만드는 거기 때문에 물레 작업을 하다 보면 길이 생기는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보여요. 저는 제 기술이 점점 나아져 가는 변천 과정을 보니까 단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고 내가 이 과정을 얼마나 겪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어떤 호흡을 했었는지도 눈에 보이더라고요. 왜냐하면, 작업할 때 호흡을

하면 손이 떨리니까 그게 다 담기거든요. 그래서 어떤 작업을 할 때는 아예 호흡을 멈춰요. 결국사람의 가치관이나 흔적이 다 담겨서 흔적이라는 키워드를 추

출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은 결국 죽잖아요.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을 추적할 수 있는 건 흔적뿐이니까. 그런 존재에 대한 의미도 있는 거죠.

 

청년 지원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요?

 

생활 도자기를 만들고 판매하며 작업을 이어왔지만, 그럼에도 재료를 구하고 장소를 마련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업을

이어나가면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어요. 제약이 줄어드니 작업이 조금 더 자유로워졌고요. 여기에 크게 감사함을 느끼죠.





 


작가님에게 제주도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름다운 제주에서 살면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그런데 전시를 보거나 재료를 구하기 위해 서울을 가야 하는데 이러한 점은 큰 단점이

기도 하죠. 그런데도 제주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제주라는 환경이 작가에게 주는 영감이 크기 때문이에요.

 

제주의 어떤 점들이 작가님의 영감에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자연경관이 제일 커요. 제 작업실도 정말 외진 곳에 있거든요.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있는 거라곤 밭밖에 없어요. 그런데 저는 거기에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고 재밌어요. 특히 제주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 그 여유로움으로 생길 수 있는 집중력이나 관찰할 수 있는 여유들이 제주에서 작업할 때 가장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영감을 얻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성실하게 몰입하는 사람들을 보거나,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를 마주할 때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요즘의 작업은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과정에

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흔적들을 숭고하게 표현하기 위해 백색 흙을 사용해 작업하기도 해요.

 

가장 최근에 영감을 받았던 순간은요?

 

서울 공예박물관에 갔을 때 한 기물이 있었거든요. 그 기물이 정말 예뻤어요. 그런데 만든 사람의 이름을 알 수 없는 거예요. 다행히 시대상으로 봤을 때는 왜

이런 형태가 나오는지 추적이 가능했어요. 그때 당시는 일제강점기였고, 그래서 일본 도자기에 가까운 형태를 만들고 양산해 내던 시기였는데 작품 옆에 보니

작품을 만든 도공분의 사진이 있더라고요. 그분의 사진과 기물이 있었는데 그때 영감을 받았어요. 그게 과거 유물 중에서 누가 만들었는지 처음 알게 된 도자기

였거든요그런 것들을 보면서 작품에 그 사람의 이름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영감이 작업으로까지 이어졌나요?

 

구체적인 작업으로 이어졌다기보다는 제 마음가짐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내 이름을 남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작품이 내 손을 떠났을 때 다른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귀하게 여겨줄지도 중요하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사물들이 갖게 될 영속성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기물을 만들 때 신중하게 되더라고요.





 


청년 예술가로 있는 지금,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예술가라는 직업 또한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하나의 직업이니까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레 다가와 주셨면 좋겠어요.

 

작가님은 어떤 예술가를 지향하고 계시는가요?

 

예술을 성실하게 실천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업 방향성이나 계획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그동안은 주로 백색 흙을 사용했는데요. 앞으로는 제주의 재료를 한번 탐구해보고 싶어요. 물론 그렇다고 너무 전통적으로 가고 싶은 건 아니고,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통해 전통까지 궁금해할 수 있는 어떠한 시작점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제주의 재료를 좀 더 연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