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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스토리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 다양한 문화예술 이야기를 전합니다.

공연ARTIST INTERVIEW | 강지훈

등록일 2023-12-15
#공연 #배우 #뮤지컬


 


좋은 배우라는 것은 관객의 시점으로 봤을 때 작품의 주제를 잘 전달하고 관객이 어떤 감정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잘 와닿게 하는 게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연극은 어떤 작품이든 접할 때마다 새로운 배움이 있어요. 그렇게 배우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저를 봤을 때 성취감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건강한 예술을 지향하는 배우 강지훈. 배우이자 연출자로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는 그는 자아실현을 동력 삼아 끊임없이 나아간다무엇이든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는 배우. 어제보다 나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자신을 담금질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뮤지컬과 연극을 하는 배우 강지훈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건강한 예술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예술'이라는 말이 참 좋네요. 본인이 생각하는 '건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관객에게 작품으로 다가갔을 때 남는 게 많은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건강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또 배우로서는 한순간도 허투루 하지 않고 진심으로

연극을 하는 과정에서 건강함을 찾을 수 있고요. 또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종합 예술이다 보니 협업을 엄청 많이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사람 간의 관계나

관계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책임감 등을 잘 융합해서 제주의 연극 발전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게 건강한 예술인 것 같아요. 그밖에 자기개발이나 공부

를 놓지 않고 계속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결국, 무엇이든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네 맞습니다.





 


뮤지컬과 연극에는 어떻게 빠져들게 되신 건가요?

 

원래는 실용음악을 전공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연극이라는 무대를 접했죠. 그런데 연극을 하기 전에 방황하는 시기가 와서 예술을 오랫동안 안 했

어요그러다가 연극을 접하고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게 됐는데 그곳에서 과거에 제가 갖고 있던 순수한 열정을 다시 찾았어요그 이후로 연극을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가지를 배웠고, 다양한 무대를 거치다 보니 지금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우연한 기회에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니 신기해요. 혹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제주에는 배우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기획자나 감독들이 배우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지인이 제게 뮤지컬을 해보지 않겠

” 라는 제안을 했고, 저는 노래를 했었으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연극이었죠(웃음). 그렇게 접하게 됐어요.

 

현재하시는 작업의 장르와 콘셉트를 소개해주세요.

 

한 달 전에 공연을 마쳤는데요. 1920~30년대에 다양한 무성영화를 상영하고 극단 공연이 이루어졌던 제주 최초의 극장 창심관을 소재로 한 뮤지컬 <창심관>

을 제작했습니다.

 

작품은 총 8곡의 넘버와 창심관에서 공연하던 유랑극단의 이야기로 창작했고요.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다만 연극의 레퍼런스로 삼은 것은

창심관에 실제 있었던 제주도 최초의 변사인 김성택님의 스토리와 목포에서 제주로 잠시 내려와 예술을 했던 이난영이라는 가수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

어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에 꿈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뮤지컬입니다.






 

연극의 소재로 제주 최초의 극장을 다뤘다는 게 신기하네요. 특별히 창심관이라는 소재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다양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주에서 주로 쓰였던 소재들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고요. 저만의 색깔을 가진 예술을 하기 위해서

아카이빙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원도심의 도시재생센터나 마을회관, 도서관 같은 곳에 가서 역사 공부를 많이 했죠. 그러다 제주도 연극의 변천사를 

아보는데 창심관이라는 곳이 있더라고요. 연극의 소재로는 재밌을 것 같았지만 정보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창심관 터도 가보고, 최대한 많은 정

를 알아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다니 대단하네요. 그렇다면 이번 뮤지컬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궁극적으로 예술은 이어진다.”라는 주제를 갖고 있었어요. 어떠한 강압과 외압이 있어도 순수한 열정을 가진 예술가들이 마지막까지 무대를 펼치면서 저희

작품은 마무리되거든요.


관객들의 현장 반응은 어땠나요?

 

감사하게도 호응도 잘해주시고 즐기면서 봐주신 것 같아요. 다행히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매진된 상태로 공연할 수 있었고, 전체적인 피드백도

괜찮았어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고충은 없으셨나요?

 

원래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특히 이번 공연은 시간도 없었고 많은 예술가와 작업을 했거든요. 거의 열여덟 명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듣다 보니 의견이나 일정을 조율하는 게 힘들었고, 공연까지 가는 과정이 하나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 안에서 되게 많이 배웠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것도 정리가 됐어요. 그래서 공연을 올렸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죠.





 

이번 공연에서 스스로 아쉽다고 느껴졌던 부분이 있다면요?

 

소통이요. 이번 작품에는 작가, 작곡가, 음악 감독, 안무 감독 등 모든 분야의 스태프가 있었는데요. 그분들과 소통하면서 제가 다방면에 전문 지식이 많아야

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작곡가와 소통할 때는 제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다 설명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있더고요. 그러다 보니 음악적인

지식으로 정확히 얘기하지 않으면 두루뭉술한 피드백이 되었어요. 또 작가나 기술, 음향도 그 분야의 정확한 지식이 없으니 원활한 소통이나 작업이 안되

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뿐만 아니라 무대연출, 작곡, 극작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지식이 필요하고공부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렇다면 소통의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했던 노력이 있나요?

 

설득에 대한 노력을 엄청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배려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배려가 작품을 올바르게 이끌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언가 하나씩 벽에 부딪

힐 때마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하면서 벽을 허물기 위한 지식을 쌓았어요. 그러다 보니 막혔던 부분이 조금은 진행이 되더라고요.


그렇군요. 현재 배우와 제작자를 병행하고 계신 데,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제작자란 무엇인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요.(웃음) 배우라는 직업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다양한 경험도 중요하고 새로운 것을 연기해야 하니까 엄청나게 많은 공부가

필요한 거죠. 그러다 보니 좋은 배우라는 것은 관객의 시점으로 봤을 때 작품의 주제를 잘 전달하고 관객이 감정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공동의 작업 안에서 어떻게 팀워크를 발휘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좋은 배우 혹은 제작자는 모든 사람이 예술적인 의견을 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같아요. 연출이나 디자이너기획자 등 연극에 참여하는 모든 분의 의견을 수용하고 그것을 토대로 연극

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필요한 거죠결국, 모두의 의견이 잘 어우러지게끔 만들어 내려는 마음가짐이 좋은 배우/제작자가

되는 길 아닐까요?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그렇다면 연기나 연출을 할 때 고수하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나요?

 

저는 거짓말하는 걸 싫어해요.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의 캐릭터나 상황이 억지로 짜인 듯한 느낌이 싫어요. 그래서 극을 쓰거나 각색할 때 캐릭터가 작품 안

에서 살아있을 수 있게끔 자연스레 나올 수 있는 말과 감정을 끌어내려고 해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떠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등 여러 가지를 세밀하게 따진 다음에 작업에 들어가요.


그러니까 거짓이 아닌 진실한 캐릭터의 모습을 끌어내려고 노력하시는군요.

 

맞아요. 사람으로서도, 연기하는 캐릭터로서도 그런 것 같아요.




 


작업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좋은 사람들, 예술인들과 함께 예술에 대한 열정이 계속 끓어오를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청년 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청년 예술 네트워킹에 관심이 많고, 참여 예술인과 관람객 모두 즐거운 공연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아 공연을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구조가 잘 나눠진 예쁜 집이 아니라 구조물 하나하나 다시 세워 만드는 투박한 내 집 같은 느낌이에요.

 

방금 구조물 하나하나 다시 세워 만드는 투박한 내 집같다고 표현하셨는데, 아무래도 제주에서 예술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을 것 아요.

 

아무래도 인프라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주는 예술을 하는 분도 없을뿐더러 관객도 없거든요. 특히 제주도는 뮤지컬계가없다.”라고 표현

하는데 저도 똑같이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거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도 하나만 해결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지원사업을 받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아요.




 


인프라적인 어려움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자신만의 노력이 있었나요?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주에 계시는 분 중에 예술에 관심은 있지만, 도전을 안 해보셨던 분들을 만나서 다양

한 작업을 시도해보고 지원사업을 토대로 연극 아카데미도 만들고, 공동체도 만들고, 극단도 만들었죠. 물론 그 모든 과정 안에 배움은 있었는데 잘 되진

않았어요그래도 한 명씩은 남는 것 같아요. 순수한 열정을 갖고 끝없는 자기개발과 배움을 통해서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계시든요.

그래서 가장 큰 유산은 그런 데 있지 않나 생각해요.

 

결국,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사람을 남기셨네요.

 

그렇죠(웃음).

 

그렇다면 반대로 제주에서 예술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과거 1990년 서울에 처음 뮤지컬이 도입됐을 때와 지금의 제주도가 닮아있다고 해요. 초창기 서울의 협업하고 즐거워하며 만들어 가는 분위 

기가 지금과 닮아있다는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의 시기를 올바르게 활용하면 발전이 되겠지만 잘못 생각해서 작품을 대충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더 나아지지는 않겠죠. 아마 제주의 장점은 그런 데 있지 않을까요? 아직 으쌰으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

 

제주의 뮤지컬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굉장히 어려운 숙제이긴 한데요. 일단 서울은 시스템적으로 배워야 할 건 분명히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시스템을 갖고 와서 그 안에서 좋은 교육과

개선 방향에 관한 토론과 대화가 이루어지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들이 성숙하게 자리잡히다 보면 육지에 있는 사람들도 제주에서 작업하는 게 정말 즐겁고

여기에서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반대로 우리가 잘 돼야 한다.”라는 분위기로만 가면 똑같은 상황이 되겠지만요.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과 연출자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기존 작품 중에도 하고 싶은 작품들이 너무 많은데요. 결국 창심관 같이 제가 만들어 낸 작품을 누구라도 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으로서 남겨두는게 배우로서,

연출자로서 가장 큰 목표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셨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배울 점이 많았던 작품이 있나요?

 

작년에 부종휴 역할로 참여했던 <부종휴와 꼬마 탐험대>연극에 꼬마 친구들이 한 20명 정도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들을 무대에서 배우로서 이끌

어주는 과정에서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주는 순수함이 엄청나게 크더라고요. 물론 당시엔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주는 순수함에 되게 즐거

웠던 것 같아요.

 

현재까지 꾸준히 연극 활동을 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자아실현이지 않을까요? 제가 배우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특히 연극은 어떤 작품이든 접할 때마다 새로운 배움이 있어요. 그렇게 배우면서 조금씩 나아

지는 저를 봤을 때 성취감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또 제가 도전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 도전도 흔히 할 수 있는 도전이 아니잖아요. 어렵기도 하

고요. 그래서 그 안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까 무언가를 끊임없이 도전하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고 하는 과정들이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견디고 나서 돌아보면 나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느껴져요. 그래서 더욱 이 일이 저한테 맞는 것 같고요.

 

작품을 하며 영감을 얻는 순간이 있다면요?

 

음악을 듣거나, 다양한 감정이 올라왔을 때. 혹은 당장에 해야 할 일이 많을 때요.

 

청년 예술가로 있는 지금,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다양한 세상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괜찮다면 커피 한잔하실래요? 제가 술은 못해서(웃음).





 

어떤 예술가를 지향하세요?

 

거짓 없이 매 순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예술가를 지향합니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INTJ입니다.

 

취미생활이 있나요?

 

요즘엔 취미란 게 없어요. 원래는 게임, 음악 듣기, 영화 감상, 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일과 개인 작업의 균형은 어느 정도인가요?

 

지원사업을 제외하면 전부 일이죠. 앞으로 개인 작업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편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노래 틀고 따뜻한 햇살 받으며 커피 한잔하고 싶네요(웃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내년이면 리셋 후 새롭게 시작하는 상태가 되잖아요. 감사하게도 저를 찾아주시는 감독님들이 계셔서 작품은 하겠지만, 새해에는 한 호흡 쉬고 작품보다는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나아진 상태에서 작품에 임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작곡이나 조명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콘솔 다루는 것도 공부하고 싶고요. 또 연출은 정말 능력자여야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년 목표가 책 100권 읽기에요어찌 됐든 저도 밥벌이를 해야 해서

작품은 하겠지만(웃음), 작품보다는 스스로의 개발에 초점을 맞춘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