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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 한국화

내가 죽어사

손유진 11 Artworks

2019 제작
70×135cm/ 화선지에 먹/ 아크릴

소개

“까마귀야, 어디로 가느냐? 길은 보이지 않는데 발걸음은 멈추질 않는구나.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정처 없는 날개 짓만 요란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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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꿈을 꾸었다.
그곳은 빛이 있으나 색은 없고 모양은 있으나 그림자가 없다. 아직 그곳의 끝에 닿아보지는 못했다. 찬란한 빛이 하늘의 모양을 이루는 그곳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몇 날 며칠을 일렁이는 하늘만 바라본 꿈의 기억만 선명했을 뿐이었다. 오늘의 꿈에는 살아있는 무엇이 등장했다. 빛을 가로질러 큰 그림자를 만드는 그것을 보고는 놀라 움츠렸다. 그림자가 없는 그곳에 처음으로 그것은 어둠을 드리웠다. 잡아먹힐지도 몰라!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그것의 흔적이 나를 드리웠다. 흠칫 발가락을 오므리고 몸을 굽힌다. 그러나 그것은 금새 작아져 까마귀의 형세를 하고 있었다.
“너는 어디서 왔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까마귀는 나의 물음에 눈만 꿈뻑이고 울지 않았다. 나의 관심에 잡히기 싫은 듯, 가벼이 날아 빛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늘에서 깃털 하나가 내 이마 위로 앉았다. 손가락으로 집어 들여다보았다. 그것에는 칠흑 같은 깊이를 가진 우주가 담겨있었다. 그 우주 속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은빛 결이 살고 있다. 이게 무얼까? 나도 이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순간 속이 메스꺼웠다. 무서워. 은빛 결이 나를 삼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깜짝 놀라 깃털을 놓친다. 깃털은 그대로 떨어져 내 발 밑에 숨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나는 꿈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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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세수를 한다. 요새 반복되는 꿈의 의미를 알 수 없다. 마지막이 있을까? 생각하는 와중 시계를 보고는 놀라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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