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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 한국화

와줭 고맙다 고마워

손유진 11 Artworks

제작

소개

< 바람의 굽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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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바람이 스친다. 메마른 차가움이 피부를 타고 스며든다. 내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순간 몸을 웅크린다. 계절이 바뀔 모양이야. 내일은 조금 더 따뜻한 옷을 입어도 괜찮겠어. 오늘은 그녀를 위해 붕어빵을 사가야지. 붕어빵 한 봉지를 한아름 품고 부푼 마음으로 그녀에게 간다. 그녀는 젊어서 꽤 소문난 아가씨였다. 점잖고 현명하다 장평이 난 그녀는 한 작은 마을의 선생님과 만나 가정을 꾸렸다. 자식 복도 많아 다복하게 가정을 이루었다. 학자 집안이라 하여 모든 자녀가 학문에 부족함이 없게 뒷바라지도 하였다. 그렇게 자식을 키워 보낸 어미는 지금 홀로 하얀 병동 침대 위에서 과거의 그녀를 그린다.
“할머니, 저 왔어요.”
나의 목소리에 글썽이는 눈의 그녀가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다.
“와시냐.”
매번 나의 미래에 대해 묻는 그녀는 과거와 미래에 산다. 오늘은 자신의 바른 말에 잔소리가 많다 핀잔을 준 도우미가 섭섭하셨던 모양이다. 할머니, 섭섭하셨지요. 섭섭한 말의 뿌리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자리한다. 과거의 이야기가 쌓여 무게를 만든다. 몸이 무거워 일어날 수 없는 그녀의 무게를 추스린다. 그녀에게 붕어빵을 건넨다. 아이고 고맙다. 붕어빵의 열기 때문일까, 그녀의 눈시울에 멍울이 맺힌다. 손을 잡는다. 이번 바람은 많이 차요. 이번 계절에는 바람을 타지 않으면 좋으련만. 함께 창 밖을 본다. 하아얀 하늘에 바람의 편린이 부서진다. 그녀의 등이 굽는다. 그리고 나의 마음이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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